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4)
하루는 청이 나가 늦도록 돌아오지 아니하거늘, 공이 배도 고프고 근심이 첩첩하여 막대를 짚고 짚신을 끌어 시비를 의지하여 기다리다가 길을 찾아 점점 나아갈새, 문득 실족하여 구렁에 빠져 능히 요동치 못하여 정히 위급하더니, \emphbox{한 노승}이 지나다가 보고 붙들어 일으켜 앉히고 물었다.
``그대는 병신으로 어디 가다가 이리 낭패하뇨?''
공이 통곡하며 말했다.
``나는 본대 폐맹지인이러니, 자식이 나가 돌아오지 아니하매 스스로 바장거려 하염없이 나오다가 하마 죽게 되었더니, 그대의 구함을 입으니 은혜가 태산같도다.''
노승이 말했다.
``소승은 명월산 운심동 개법당 화주이옵더니, 촌가에 내려와 시주를 구하옵다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노야(老爺)를 구하였거니와, 노야의 관상을 본즉 지금은 궁곤하나 사오 년 뒤면 왕후장상이 될 거시오, 일녀의 영화도 천하의 으뜸이 되려니와 지금 큰 시주를 하면 딸도 귀하게 될 뿐 아니라 노야의 폐안이 뜨이리이다.''
공이 가로되,
``시주를 얼마나 하리오?''
노승이 말하였다.
``개법당 시주는 공양미가 제일이니, 백미 삼백 석 대시주를 하여야 하리이다.''
공이 이르되,
``권선문에 백미 삼백 석을 적으라.''
노승이 합장사례하고,
``일후 다시 오리이다.''
하고 돌아가니라.
공이 돌아와 탄식하였다.
`내가 폐맹한 사람으로 한때 끼니도 주선치 못하여 어린 자식이 빌어다가 연명하거늘 어찌 삼백 석을 얻어다가 시주하리오? 부처를 속이면 필경 좋치 못할 것이요, 부득이 속이게 되니 후세 억만 지옥을 면치 못하리로다.'
이렇게 슬퍼하더니, 청이 양식을 빌어 가지고 와 그 부친의 슬퍼함을 보고 물었다.
\begin{center} (중략) \end{center}
이날 밤 심청이 삼경에 목욕재계하고 뜰에 나려 자리를 펴고 하늘을 우러러 빌었다. \end{passage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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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in{passagebox} ``인간 심청은 폐맹한 아비를 위하여 죽기를 피치 아니하나니, 이제 아비의 감은 눈을 뜨이게 발원하여 부처께 시주하려 하나, 삼백 석 백미를 얻을 길이 없어 도리어 부처를 속인 죄를 받게 되었사오니 천지신명은 살피소서.''
밤새도록 빌고 방중으로 돌아와 능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탄식하다가 잠깐 조는데 한 노승이 나타나,
``내일 그대를 사자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팔리어 죽을 곳을 가도 피치 말라. 그대의 효성에 하늘이 감동하사 죽을 곳에 자연 귀한 일이 있으리라.''
하고, 문득 간 데 없거늘 깨달으니 남가일몽이라. 마음 속으로 크게 고이히 여겨 밝기를 기다려 무슨 일이 있을지 살피었다.
이때 \emphbox{남경 상인}이 물화를 싣고 북경으로 왕래하며 또 여러 나라로 다니며 환매하매 해마다 대해를 건널새, 유리국 지방에 인단소란 물이 있으니, 물 가운데에 야차(夜叉)가 있어 작은 배들은 피해를 당하지 않으나 보물과 비단을 많이 실은 배는 수신(水神)께 사람을 바쳐 제사를 올리고 나서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고로, 해마다 계집아이를 사다가 인단소에 넣고 다니는지라.
이때 마침 그들이 와서 마을마다 외치며 다니거늘, 청이 듣고 기뻐하며 급히 나가서 물었다.
``나 같은 아이라도 사려 하느냐?''
\begin{minipage}[t]{0.02\textwidth} \vspace{0pt} \rotatebox{90}{\small 가} \end{minipage}% \hspace{0.5em}% \begin{minipage}[t]{0.93\textwidth} \vspace{0pt} \fbox{\parbox{\textwidth}{% 그 사람이 눈을 들어 보니, 그 아이가 기상이 속되지 아니하여 두 눈은 샛별처럼 밝았으며, 두 눈썹은 춘산을 그린 듯하고, 붉은 입술은 단사를 찍은 듯, 높은 귀는 해와 달을 받들었으며, 어깨는 나는 제비 같고, 가는 허리는 비단으로 묶은 듯, 그 용모가 빼어나서 세상에 보기드문 미인이요, 다람쥐가 거센 바람을 만난 것 같고, 복록(福祿)이 완전히 갖추어진 모습이나, 의상이 남루하여 겨우 살을 가리오고, 기골이 여위어 흐트러진 머릿결 사이로 시름겨운 모습은 개구멍의 다람쥐가 거센 바람을 만난 것 같고, 낭랑한 음성은 깊은 호수에 서린 용이 부르짖는 듯하니, 가난한 시골에서 나고 자라 구석진 곳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장사꾼들이 어찌 이같이 아름답고 귀한 사람을 보았으리오. 황망히 절하고 말하였다.% }} \end{minipage} ``저희는 물화를 매매하는 장사꾼이라. 계집아이를 비싼 값으로 사다가 인단소에 가 용신께 제사하니, 사람의 목숨을 살해함이 바르지 못한 짓인 줄 알지만, 이또한 삶이라. 이제 낭자의 부르심을 듣고 와서 용모를 보니 마침내 골몰할 기상이 아닌지라, 무슨 곡절로 팔리려 하시나뇨?'' \hfill -경판 24장본 <심청전> \end{passagebox}
- 윗글에 나타난 심봉사의 시주 약속과 심청의 대화를 <보기>에 비추어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begin{bogibox}[<보기>] 법률 행위로서 매매 계약은 다음과 같은 유효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확정성: 매매의 목적물과 대금을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성: 실현 가능한 내용이어야 한다. -적법성: 강행법규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타당성: 반사회적인 내용이 아니어야 한다. *단, 법규나 반사회적인 내용 등은 2025년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한다. \end{bogibox}
① 확정성의 측면에서 심봉사와 화주승의 시주 약속이나 심청과 남경 상인의 대화는 모두 유효하다. ② 가능성의 측면에서 시주 약속의 내용은 심봉사나 화주승에게 모두 유효하다. ③ 적법성의 측면에서 화주승이나 남경 상인이 받고 싶은 것은 모두 유효하다. ④ 사회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심봉사와 심청이 받고 싶은 것은 모두 유효하다. ⑤ 법률 행위로서 심봉사와 화주승의 시주 약속이나 심청과 남경 상인의 대화는 계약으로서 모두 유효하다.
[THOUGHT]
- (시주 약속: 심봉사 ↔ 화주승) 목적물은 백미 300석으로 특정되어 있고, 내용 자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심봉사가 당장 가난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려움). 또한 쌀 시주는 위법·반사회적 내용이 아니다.
- (매매 대화: 심청 ↔ 남경 상인) 남경 상인은 계집아이를 사서 **제물로 바치는 행위(사람을 희생시키는 제사)**를 전제로 하고 있어, 2025년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인신매매·살해로 이어지는 중대 위법 및 반사회적 내용이 된다. 또한 대금도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선지 판단:
- 확정성: 시주는 확정(300석)이나, 심청 매매는 대금이 특정되지 않아 ‘모두 유효’ 아님 → X
- 가능성: 시주 약속(300석 제공/수령)은 내용 자체가 실현 가능한 범위 → O
- 적법성: 쌀 시주는 적법, 인신매매/희생 제사는 위법 → X
- 사회적 타당성: 심청의 경우 반사회적 내용 포함 → X
- 둘 다 계약으로 유효 → X
따라서 정답은 (\boxed{②}) 입니다.